등록 : 2007.06.22 18:15
수정 : 2007.06.22 19:31
사설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게 됐고, 처리기간이 단축되는 등 그동안 여러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도 공공기관들이 합당한 이유 없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일이 적지 않다. 경기 양주시 덕정 주공아파트 주민들은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1년 반에 걸친 법정 싸움을 벌이고서야 그제 어렵게 임대아파트 건설원가 산출내역을 열람할 수 있었다. 현행 정보공개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주공 임대아파트를 분양으로 전환할 때, 건설원가 산출내역은 분양값이 적정한지를 따지는 데 매우 중요한 근거자료다. 주민들이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러나 주택공사는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주민들은 소송을 냈고, 법원도 “공사가 끝난 아파트 건설원가 산출 내역은 영업상 비밀이 아니고, 정보 공개로 아파트값 산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주공은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가, 거기서 패소한 뒤에야 마지못해 자료를 공개했다.
정보공개를 다루는 태도는 다른 공공기관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환경부는 춘천의 미군기지 캠프 페이지의 환경오염 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춘천시민 유아무개씨의 청구를,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은 적이 없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부속서를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2심 법원도 정보공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아직도 환경부는 요지부동이다. 공공기관들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이들이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곤 한다.
법에도 나와 있듯이, 공공기관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늘어놓은 조항은 공개 여부를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길을 크게 열어놓았다. 공공기관들은 이를 빌미로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공직사회의 비밀주의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수요자들의 의견을 두루 반영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법령을 손봐야 한다. 정보공개 활성화는 청와대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전제조건으로 거론한 것이기도 하다. 뒤로 미룰 것 없이, 당장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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