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22 18:16 수정 : 2007.06.22 19:17

사설

한나라당이 당 경선 후보를 자체적으로 검증하겠다면서 정당사상 최초로 검증위원회를 만들 때부터 제대로 되겠느냐고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았다. 수사권도 없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설령 조사한들 자기 당 후보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엄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어제 한나라당 검증위가 내놓은 중간 발표는 이런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이나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결과 두 사안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 온 두 후보 쪽의 해명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검증위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조사내용이 너무 엉성하고 부족하다. 예를 들어 이 후보의 경우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종로구 주택 세 곳 등의 소유관계나 처분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투기 목적의 주소 이전은 없었다고 쉽게 결론을 내렸다.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 때의 건강보험료 체납 건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행정적 실수에 말미암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수장학회의 강제 출연 의혹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어렸을 때 일이라며 아예 검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명백한 불법행위에도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위장전입 의혹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밝혀져야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실정법을 위반한 위장전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 자녀입학을 위한 위장전입이라고 해서 불법행위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검증위는 이 후보의 시인이 있었다는 이유로, 위장전입이 누구의 주도로 이뤄졌는지, 이 후보가 알았는지 몰랐는지 등 핵심 내용은 조사하지 않았다.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를 다섯 차례나 저질렀다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중대한 결격사유다. 그럼에도 검증위는 아무런 견해를 표명하지 않고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만 말했다. 심판을 자처하면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남아 있는 수십 건의 의혹도 미봉 검증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재산 형성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핵심인 친인척 재산목록 등을 후보 쪽에서 사생활 보호를 들어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엉터리 검증이 될 바에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