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4 17:54
수정 : 2007.06.24 19:29
사설
이달 초 한 주간지가 보도한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는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가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의 관리·감독을 받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이명박 전 시장의 임기 말인 지난해 3월 경부운하 사업 용역 보고서를 발주한 것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자와 관련기관 수사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의 핵심공약인 경부운하 구상 자체보다는 이 구상과 관련된 여러 보고서가 더 논란이 되는 형국이다. 과열된 정쟁 분위기와 함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작용한 결과다.
준공무원 신분인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가 보고서를 임의로 외부에 유출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법 행위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의도가 있었다면 더 용납할 수가 없다. 당국이 추가 수사를 통해 분명하게 가려야 할 사항이다. 권력 교체기에 흔히 벌어지는 ‘공무원 줄서기’ 현상의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조처가 필요하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진행되는 이명박 죽이기 공작의 일환’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근거가 약해졌다. 차분하게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볼 때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보고서 발주가 이 후보 또는 서울시 공무원의 지시로 이뤄졌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으나 지금까지 그런 증거는 없다. 이 후보 반대자들도 섣불리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이 보고서와 관련된 이들의 행태는 문제가 있다.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은 물론이고 외주 용역를 수행한 대학교수 가운데 여러 명이 현재 이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이 이 후보 쪽 지시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들이 알아서 처신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신분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두 사안 모두 수사당국이 개입하는 데까지 간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일단 여기까지 온 이상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공세는 모두 자제하기 바란다.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과거 사례로 볼 때,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미확인 정보를 갖고 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한점 부끄럼이 없도록 몸가짐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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