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4 17:55
수정 : 2007.06.24 19:28
사설
고조흥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3명이 공동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병역을 마친 사람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학교 등의 채용시험을 볼 때 얻은 점수에 일정 비율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 그 뼈대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된 이른바 ‘군 가산점 제도’를 약간 수정해 되살리는 내용이다.
병역법 개정안은 과거 3~5%이던 가점 비율을 최대 2%로 낮추긴 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해도 능력에 따른 선발이라는 채용 원칙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개정안에 담긴 가점 비율을 지난해 7급과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적용하면 7급의 경우 여성 합격자의 31.9%, 9급은 16.4%가 불합격 처리된다고 한다. 현재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은 학교 교원 채용 등에서는 더 심한 뒤집기가 일어날 것이다. 가점 덕분에 합격하는 사람을 선발 예정인원의 20%를 넘지 않게 한다고 해서, 차별의 정도가 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가점 비율을 더 낮춰도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비켜갈 수 없다. 병역을 마쳤다는 이유로 점수를 올려주는 보상 방식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 방식은 “공직수행 능력과 아무런 합리적 관련성이 없는 성별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롯해 제대 군인이 아닌 사람의 취업 기회를 박탈·잠식한다”는 게 헌재가 가산점 제도를 위헌이라고 본 핵심적인 이유였다. 기본권을 침해당하게 될 사람이 여성과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인 점도 심각하다.
병역을 치른 사람의 사회복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몇몇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도 부활에 찬성 쪽이 우세하다지만, 남성은 대다수가 찬성할 것이고, 이 제도로 직접 피해를 볼 일부 여성들만 적극 반대할 것이므로 여론조사는 합리적인 판단의 잣대가 결코 못 된다.
군 가산점 제도를 부활하려는 시도가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다시 위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옳지 않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개정안에 마땅히 부결표를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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