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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5 18:12 수정 : 2007.06.25 19:08

사설

특정 대선주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나 손수제작물(UCC: 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가 금지된 데 대한 누리꾼들의 반발이 거세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이에 항의하는 사이버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 누리꾼은 불복종 운동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을 여섯달 앞두고 많은 논란과 혼선이 예상된다.

원인은 현행 선거법 93조에 있다. 선거일 180일 전인 지난 22일부터는 누구든지 인터넷 상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의견을 나타내는 글이나 영상물을 올릴 수 없다. 심지어 포털 게시판에 이런 내용이 담긴 짧은 댓글을 올려도 단속 대상이다. 시대착오적인 법 조항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 과정에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거의 주체인 후보나 정당에 대해 유권자들이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기본적인 정치 참여 행위의 하나다. 근거없는 비방이나 허위의 사실이 아닌 한 어느 때건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이의 상호 교환을 막고 올바른 여론 형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인터넷에서 정치적 견해 표명을 막는 것은 ‘돈은 묶되 입은 푼다’는 선거법 정신에도 반한다. 돈 들지 않는 인터넷 활용은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미국에서 활발한 정치 손수제작물이 선거나 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또 규제의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블로그, 카페, 포털 게시판 등을 무슨 수로 단속할 수 있겠는가.

현실과 괴리되고 시대에 역행하는 선거법 조항의 폐지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선관위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선관위 등이 오래 전에 내놓은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심의하지도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서로 맡겠다고 자리 다툼하면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자칫 선량한 국민이 낡은 선거법의 희생자가 될 판이다. 정치권은 서둘러 이번 6월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 조항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고의로 무시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 소원 등 합당한 방법의 문제 제기를 넘어 직접적인 불복종 운동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하는 게 옳다. 선관위도 시대변화에 맞춰 법 해석에 유연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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