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5 18:13
수정 : 2007.06.25 19:17
사설
법무부가 어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범죄도 배상명령 제도 대상에 포함하도록 소송촉진특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상명령 제도는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면서 동시에 범죄 피해에 대한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다. 곧, 불법 시위에 대해선 따로 민사소송을 내지 않아도 간편하게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번 법 개정 추진이 바람직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것으로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미리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형사재판에서 불법이 확인되면 어차피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배상받게 되므로, 그런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조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예컨대 배상명령을 신청할 때는 따로 인지를 붙일 필요도 없고, 재판 과정에서 증언을 하면서 구두로도 신청할 수 있다. 배상 책임을 다투는 일이 늘어날 것이고,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커지게 된다. 또 배상명령 제도의 취지대로 스스로 피해를 구제할 능력이 없는 서민보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장치로 이 제도를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가압류나 손해배상 소송이 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헌법상의 집회·시위의 자유도 같은 방식으로 사실상 제한을 받을 우려가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적법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정부 쪽 시각도 진실의 한쪽 면을 외면한 것이다. 집회·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폭력 문제의 상당수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행위보다 이를 규제하는 현행 집시법의 구조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도심지역 집회에 대해선 관할 경찰서장이 직권으로 금지할 수 있게 하는 등 신고제인 집회·시위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것이 바로 그렇다. 시민단체들이 집시법 불복종 운동을 벌이면서 집시법 개정에 나선 것도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헌법상의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하위법이 보호하기는커녕 부당하게 막는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모자라, 절차법을 통해 사실상 자유를 압박하려 한다면 시민사회의 반발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규제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