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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6 17:57 수정 : 2007.06.26 21:19

사설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온 <시사저널> 기자 22명이 모두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고 어제 밝혔다. 경영진의 일방적인 기사 삭제로 노사 갈등이 빚어진 지 1년여 만의 일이다. 겉보기에는 기자들이 회사를 그만둔 것이지만, 편집권 침해에 파업으로 맞선 기자들을 중징계하고 직장을 폐쇄하고 대화까지 거부한 경영진에 의해 해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로써 1989년 창간한 <시사저널>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이 삼성 사장단 인사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인쇄 단계에서 독단적으로 삭제한 데서 비롯했다. 기사의 내용이 어떻든 편집국장한테조차 알리지 않은 채 경영진이 기사를 삭제한 것은 심각한 편집권 침해였다. 기자들이 이에 맞서 편집권 독립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은 기자들의 요구를 일축했고, 파업에 들어간 기자들을 대신해 외부 인사들로 편집위원회를 만들어 기자 없는 <시사저널>을 제작해 왔다. 기자들은 6개월째 파업을 이어가며 단식투쟁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자본의 거대한 힘이 언론의 독립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사건이다.

<시사저널>은 주간지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던 시절, ‘시사’를 앞세우고 전면 컬러로 지면을 고급화하여 ‘시사주간지’ 시장의 외연을 넓힌 매체다. 외환위기 국면에서 부도가 나고 1999년 현재의 대주주인 서울문화사에 인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경영과 편집의 분리가 비교적 잘 유지됐다. 그것이 <시사저널>을 끌어가는 동력이기도 했다. 그런 역사를 가진 매체에서 기자들이 결국 쫓겨난 것은 우리 언론의 앞날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사주와 광고주의 힘에 짓눌려 언론이 제구실을 못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 또한 길을 잃고 헤맬 것이다. 비록 편집권 독립을 지켜내지는 못했으나, <시사저널> 기자들이 부당한 힘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운 것은 그래서 값지다.

<시사저널>을 떠나는 기자들은 곧 새 매체 창간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언론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추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해 나가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뜻이 곧으면 길은 있을 것이다. 싸움을 지지하던 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매체를 들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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