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7 17:52
수정 : 2007.06.27 19:13
사설
대선이나 총선이 있는 해에는 국회 활동이 좀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 국회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주요 정당은 대선주자 고르기와 판짜기에만 골몰하고, 국회의원들은 줄서기에 급급하다. 본연의 의무인 국회활동은 뒷전이다.
교육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는 오랫동안 법안심사소위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입법의 핵심 과정인 법안심사를 하지 못하니, 사실상 입법활동이 마비된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정통위)는 올 들어 아직까지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과기정통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이동통신업체와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업체들의 현안이 걸려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법안’ 등 모두 70개가 넘는다. 또 예년 같으면 벌써 활동에 들어갔어야 할 예결위와, 한시가 급한 정치개혁특위도 아직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의 자리다툼과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기싸움이 원인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으로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이 법안소위와 정개특위 위원장 등을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범여권을 합친 의석을 내세워 자기들 몫이라고 맞서고 있다. 과기정통위의 경우 그런 싸움이 2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법과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 임대주택법, 로스쿨법 등 주요 민생법안들도 지난 2월과 4월 국회에 이어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법안 중에는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진 것들도 많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6개 정당 대표들이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 유보를 요청하면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기로 약속한 바도 있다. 어제는 노 대통령까지 대국민담화를 통해 주요 민생·개혁법안을 조속하게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오죽하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까지 나서겠는가.
더는 법안 처리를 미룰 명분이나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이 사학법의 볼모로 잡혀 있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이 사실이 아니라면, 한나라당은 행동으로 이를 입증하면 된다. 여야 간에 견해차가 큰 사학법과, 가입자단체의 반대가 심한 국민연금법은 협의를 계속하더라도, 나머지 합의된 법안은 6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정도다. 이번을 넘기면 대선에 임박한 정기국회에서는 처리하기가 더 어렵다. 국회의 직무 태만은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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