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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8 18:14 수정 : 2007.06.28 19:17

사설

헌법재판소(헌재)가 어제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현행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규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법적 공백과 혼란을 걱정해 당장 현행법의 효력을 정지시키지는 않았지만, 내년 말까지 이들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헌재의 지적대로,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는 주민등록 여부에 좌우될 수 없다. 선거 관리의 어려움이나, 막연하고 추상적인 위험이 헌법상의 기본권과 평등권을 제한하는 이유가 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1999년의 합헌 판단을 뒤집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원칙적으로 올바른 것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관련 법 개정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 됐다. 한국 국적을 지닌 이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헌법적 의무지만, 당장 해결하고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선거인명부 작성이나 투표소 설치, 신분확인 절차, 선거운동 방법 등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두 달 안에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맡아 논의해야 할 국회와 정치권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근 3년 동안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를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섯 건이나 제출됐지만 국회 논의는 한치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현재 110여만명에 이르는 유학생·외교관·국외근무자 등 단기 체류자에게만 투표권을 줄 것인지, 영주권자 등 170여만명의 장기 체류자에게도 투표권을 줄 것인지 등을 놓고 각 당의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불과 몇십만표 차로 당락이 결정된 역대 대선의 결과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일 것이다. 국회는 또 주요 정당의 줄다리기 탓에 공직선거법 개정을 논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정치적 계산은 제쳐두고 하루라도 빨리 관련법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일도 소홀히할 문제가 아니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확대 문제에 대해선 동포사회와 상호교감을 넓혀갈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 못지 않게, 권리와 의무의 형평성이나 공동체의 정체성을 문제삼는 등의 반발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합의 없이는 참정권 확대 문제가 재외동포 사회 전체의 권익 신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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