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9 18:04
수정 : 2007.06.29 19:02
사설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의로 어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보험료는 그대로 두되 급여율을 크게 낮추고, 기초노령연금은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이미 국회를 통과한 제정법보다 약간 강화하는 것이 뼈대다. 다음주에는 본회의에 올려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다수 국민에게 큰 영향을 줄 제도를 원내 1당과 2당이 합의해 바꾼다는 의미는 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이 연금제도의 근본 목적을 크게 훼손하리란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연금 가입자들의 거센 반발이 불보듯하다.
기초노령 연금제도와 관련해서는, 지급 대상을 65살 이상 노인 60%에서 2009년부터 70%로 넓히기로 했다. 지급액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에서 시작해, 2028년에는 10%로 높이기로 했다.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는 의미는 있지만, 급여율 조정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것은 꺼림칙하다. 현행 60%인 급여율을 2028년 40%까지 낮추기로 한 것은 특히 심각한 문제다. 그야말로 ‘용돈연금’을 만들고 말았다. 연금제도는 노후소득 보장과 노후빈곤 예방이 근본목적이다.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적정 노후소득 수준은 퇴직 전 소득의 60~70%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정부 재정의 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가입자들에게 거둬들이는 기금만으로 제도를 운용하겠다는 생각에 갇힌 채 제도 개선을 논의한 결과다.
급여율을 낮춰도 기금 소진 시점이 2047년에서 고작 13년 늦춰질 뿐이어서, 기금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질 것 같지 않다. 몇 푼 안 되는 연금을 기대하기보다는 아예 연금제도를 기피할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연금 가입자 다수가 반대하는 개정안을 이렇게 밀어붙인다고 해서,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어차피 내년에 재정 재계산 결과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혁 방향을 다시 한번 차분히 논의하는 게 옳다. 국민 대다수의 미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연금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개정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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