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2 18:18
수정 : 2007.07.02 21:17
사설
열린우리당이 어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로스쿨법 처리 없이는 사립학교법(사학법) 재개정은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사학법 재개정안에 합의했으니 다른 쟁점법안도 타결되리라고 기대했다가, 한나라당이 로스쿨법의 본회의 처리는 약속할 수 없다고 버티자 허둥대며 취한 반응이다. 한심한 모습이다. 로스쿨법을 처리해 주면 사학법 개악을 받아들이겠다고 열린우리당 스스로 족쇄를 채운 셈이 되기 때문이다. 내용이 다른 사안을 연계하는 것은, 한때 집권 여당이었던 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온갖 사안에 사학법을 연계시킨다며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를 탓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이 ‘우리가 언제 사학법과 로스쿨법을 연계시켰느냐’며 사학법 재개정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대응이 궁색해졌다.
열린우리당의 모양새가 우습게 된 것은 무엇이 원칙인지를 잊은 탓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이미 지난해부터 로스쿨법과 국민연금법안의 처리를 위해 사학법 재개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두 법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나름의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개정 사학법의 뼈대를 송두리째 허무는 재개정안을 스스로 내놓은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2005년 12월 개정된 현행 사학법은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개혁 성과물이다. 사학의 비리 방지와 민주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효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걱정도 많아 따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로스쿨법이나 국민연금법안과 덜컥 ‘교환’할 대상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타협적인 데는 일부 지역 종교인들의 집요한 재개정 요구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 선거를 앞둔 의원들로선 이들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걸린 집단의 압력에 고개 숙여 원칙을 저버리는 게 떳떳할 수는 없다. 더구나 지난해 말의 한 여론조사를 보면, 현행 사학법에 대한 국민 지지는 절반 이상으로 38%인 반대보다 훨씬 많다. 각 교단에서도 개정 사학법안 지지론이 만만찮아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의 원칙을 저버릴 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지금이라도 사학법 재개정을 포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1990년 사학법 개악 뒤 십수년 학교 현장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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