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2 18:19
수정 : 2007.07.02 21:17
사설
어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오염을 문제삼는 한국민에게 한마디 했다. “한·미 양국군은 6·25 전쟁을 통해 수백억 달러를 지출했고, 전쟁 중 3만여 미군이 사망하고, 이후에도 각종 국지 도발이나 사고 등을 통해 800여 미군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 … 한-미 동맹이 지속되는 한 그 수혜자는 한국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까지 따지려 드는 것이 불쾌했던가 보다. “미국은 (한-미 합의에 따른 오염 치유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썼다. 미국은 충분히 노력했다.”
벨 사령관만 아는 한-미 합의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미군기지가 한-미 합의에 따라 조사되고 치유되지 않았으며, 합의된 절차에 따라 반환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1년 1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 개정 때 처음 포함된 환경조항은 미국이 자연과 인간 보호의 보편적인 원칙에 따르되 한국의 환경 법령과 기준을 존중하도록 했으며, 특별양해각서를 통해 한국의 법령 중에서 좀더 보호적인 것을 환경관리 기준으로 참조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자국법(토양 오염물질로 130여가지를 규정했다)은 물론 한국의 토양환경보전법(16가지만 규정했다)도 지키지 않았다.
2003년 미국 쪽이 일방적으로 요구해 반환기지 오염치유 기준이 만들어졌지만, 이 기준조차 지키지 않았다.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 이외에 지하연료 저장탱크, 변압기 절연유, 저장탱크 유류 방출 및 제거, 냉방장치 냉각제 배수 및 제거 등 8가지 오염원을 제거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그러나 어떤 기지의 지하수엔 1m 이상의 기름띠가 형성돼 있고, 토양으로 스며든 기름은 인근 논밭까지 오염시켰으며, 탱크에선 여전히 기름이 유출되고, 치명적 발암물질인 절연유도 방치돼 있었다. 우리 정부의 사전 환경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이라면 합의를 준수해야 하고, 동맹을 존중하는 지휘관이라면 책임과 의무에 성실해야 한다. 벨 사령관은 “미국은 환경의 파수꾼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제 나라 예산 ‘수백만 달러’는 아까워하면서, 한국민에게 덤터기 씌운 5억 달러 이상의 오염 치유비는 당연시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우리는 파수꾼을 원치 않는다. 오염자 치유라는 보편적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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