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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4 18:16 수정 : 2007.07.04 19:29

사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그제 국회를 통과했다. 수십년 동안 변시·고시·사시 등으로 이어져 온 시험 중심의 법조인 선발 제도가 교육을 통한 양성 체제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됐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 등 형사절차 선진화 방안과 함께, 우리 사법제도가 질적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로스쿨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골방에서 몇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고 외우는 데만 집착하는 지금의 ‘수험용 법학’으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우리 사회의 법률 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률 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법학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전공과 관심을 지닌 법률 전문가들을 많이 키워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급자 위주의 과점·고비용 구조인 우리 법률 시장이, 법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강조되는 좀더 성숙한 단계로 진입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걱정되는 문제가 많다. 법만 덩그러니 나왔을 뿐,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예상되는 문제와 관련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로스쿨의 정원부터 불투명하다. 로스쿨이 법률 시장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자면 이 제도를 통해 배출되는 변호사가 연간 1천명 수준인 현재의 사시 합격자보다 많아야겠지만,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서는 시민단체나 대학 쪽과 변호사 단체의 의견이 갈린다. 법조인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역 이기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파행 가능성도 있다. 이미 법과대학의 담장을 넘어선 지 오래인 사시 열풍이, 법학적성시험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문학 등 학부 교육이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학사과정 성적 올리기로 왜곡될 수도 있다. 고교 등급제가 아닌 대학 등급제 논란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하나하나 잘 따져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로스쿨이 또다른 진입 장벽이 되어선 안 된다. 3년제인 로스쿨을 마치려면 1억~2억원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더는 법조인 양성을 계층 상승의 수단이라는 측면으로 봐선 안 되겠지만, 돈 있는 사람만 로스쿨을 다닐 수 있게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행령과 로스쿨 인가 기준 등을 통해 장학금을 획기적으로 확충할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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