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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4 18:17 수정 : 2007.07.04 19:28

사설

어제 교육부가 내신 50% 실질반영 방침을 포기하고 연차적 확대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잇따른 대학 당국의 반발에 밀려 다시 한번 물러섰다. 대학별 입학전형이 확정되지 않아 고통받는 수험생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까지 멋대로 파기하는 일부 대학의 버티기에 손을 든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내신을 무력화하려던 일부 대학이 환호할 일도 아니다. 이들은 수험생 배려도, 대학의 사회적 책무도 내팽개치고 대학 서열 유지를 통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추한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들의 집단 이기주의 앞에서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 사회도 분열시켰다. 그러나 이들도 그동안 사회적 책무에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내신을 무력화하려던 의도도 접어야 했다. 신뢰의 위기를 자초했다.

정부와 대학의 충돌은 일단 미봉됐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인 수험생 처지에서 볼 땐 변한 게 없다. 내신의 실질 반영률을 포함한 각 대학의 입시계획이 확정되기까지 이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혼란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3년 전 내신 50% 반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발표하고도 지금까지 거듭된 말바꾸기로 수험생에게 혼란을 안겨준 대학으로선, 조속히 입시계획을 확정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교육부의 무능 역시 대학의 버티기 못지 않게 수험생을 힘들게 했다. 지켜야 할 기준과 제재를 앞세우다 보니까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을 불렀고, 대학의 버티기에 명분을 줬다.

고등교육 재정은 지원의 수단이지 제재용이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 때는 대학을 순치시키는 용도로 쓰였지만, 이젠 대학이 학교교육 정상화, 교육기회의 형평성 제고, 사회적 통합 등 사회적 책무를 적극 실천하도록 이끄는 데 이용해야 한다. 교육의 공공성을 외면하고,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하는 학교에는 지원해선 안 된다. 그걸 대학 자율성 침해라고 따질 만큼 무모한 대학은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회적 책무성에 따른 재정 지원의 원칙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대학 입시정책은 중등교육의 뼈대를 흔들 수 있는 요소다. 따라서 사회적 책무성에 부합하는지를 따져, 재정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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