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5 18:40
수정 : 2007.07.05 20:47
사설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되던 어제 아침, 강원도 평창군청 앞에 모였던 어린이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 눈물은 4년 전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뛰었건만 또다시 고배를 마신 평창군민들과 강원도민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하다. 이 눈물은 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운동선수의 열정과도 닿아 있다. 세계에 뽐낼 올림픽을 치러내고픈 어린이들의 순수한 꿈은 운동선수의 열정과 별로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이 눈물엔 철저한 준비와 헌신성보다는 돈 공세와 정치적 계산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국제 스포츠 외교 현실에 대한 좌절감도 담겨있을지 모른다.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애쓴 분들은 더욱 실망과 아쉬움이 크겠지만, 너무 낙담할 건 아니다. 국제 외교력에서나 겨울 스포츠 실력에서나 세계 강대국인 러시아와 당당히 겨룬 것만으로도 훌륭했다. 세계인의 뇌리에 ‘강원도의 힘’을 각인시킨 것보다 더 소중한 성과는 없다. 두 번의 올림픽 유치 활동을 통해 키운 국제 감각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뼈아픈 경험을 도약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올림픽에 쏟았던 관심을 평창 어린이들을 비롯한 꿈나무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들이 평창의 눈밭에서 뒹굴면서 겨울 스포츠 영웅으로 자라나게 적극 지원하자. 그들이 한국을 겨울 스포츠 강국으로 이끌어간다면, ‘평창 올림픽’은 어렵지 않게 현실이 될 것이다. 스포츠 활성화로 뒷받침되지 않는 올림픽 유치는 모래 위에 지은 누각 꼴이 되기 십상이다. 역대 겨울올림픽 메달 수가 러시아는 293개인데 한국은 31개라는 사실은,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소치가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좀더 조직적인 스포츠 외교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소치가 평창을 따돌린 데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로비력과 거대 기업 가스프롬의 물량 공세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스포츠 행사가 돈잔치가 된 현실에서 한국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 되어야 한다. 마구잡이로 이 행사 저 행사 쫓아다니기보다 가능성과 중요성이 높은 쪽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일은 우선 체육계의 몫인 만큼, 체육인들의 국제감각과 전문성 향상이 시급하다. 이것이 평창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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