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6 18:02
수정 : 2007.07.06 19:02
사설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던 베트남 여성이 씨받이로 이용됐다는 고발은 충격적이다. 낳자마자 아이를 빼앗겨 아기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 여성은 그 충격으로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여성과 결혼했던 전 남편은 아이를 보려고 속이고 결혼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전적으로 보상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21세기에 아이를 낳기 위해 위장이혼하고 사기결혼까지 해도 괜찮다는 그 전근대적 사고가 놀랍다. 또 금전적 보상에 관한 그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지만, 믿는다 할지라도 인신매매를 자인하는 그 말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할 수 있는 무신경이 놀랍다. 그의 말은 겨우 스무살의 어린 여성을 아이를 낳기 위해 샀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 남성의 행위를 한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만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동남아나 중국 등지 여성과의 국제결혼 가운데 이와 유사한 인신매매적 성격의 것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 국무부는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베트남(여성)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고 쓴 한국 결혼 중개업체의 거리 펼침막을 부각시키며 동남아 여성이 국제결혼 형식으로 인신매매되는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물론 중개업자를 통한 결혼 과정에 문제가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국제결혼 부부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 적응하며 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국제결혼이 당사자에 대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여러 가지로 악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 주재 한국 영사는, 정신지체아를 둔 한국 여성이 캄보디아 여성을 아들과 결혼시킨 뒤 사실상 무급 간병인으로 부리며 학대한 것이 밝혀져 캄보디아 정부와 외교문제로 비화될 상황에 놓인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결혼 이주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인권단체들은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는 국제사회에 한국의 인권수준을 드러내 보여 줄 뿐 아니라 때로는 이 여성들의 모국과 심각한 외교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에서 여성동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이 공식적으로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한 일도 있었다. 결혼 이주여성 문제로 다른 나라들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인신매매 성격의 국제결혼을 뿌리뽑을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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