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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8 18:18 수정 : 2007.07.08 19:20

사설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단이 엊그제 ‘기회균등 할당제’를 두고 교육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아편 같은 제도라고 했다고 한다. 내신 강화 요구는 탈헌법적 발상이라고 매도했다. 아이들부터 대통령까지 막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세상이니 표현이야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주장의 수준이다. 너무 저질이다. 지적 능력은 물론이고 도덕적 자질마저 의심스럽다. 어떻게 이들을 국립 서울대 교수들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반성적 성찰이 없다. 2008년도 입시에서 내신반영 비율을 50%로 하겠다는 건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과 사회의 합의였다. 이 합의는 3년 전 이뤄졌고, 지난해 5월 재확인됐다. 이것을 가장 먼저 깬 것은 서울대였다. 등급이란 격차를 두려는 것인데, 내신 1·2등급에 같은 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여러 대학이 ‘1~4등급 만점’ 등 내신을 무력화하는 입시계획을 일제히 추진했다. 정부와 대학은 정면 충돌했고, 그동안 ‘내신 50% 반영’에 맞춰 준비해 온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울대 교수들은 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최소한 수험생에게 사죄하는 게 도리였다. 반성적 성찰은 지식의 원천이다.

그러면 내신 강화 요구가 탈헌법적일까. 헌법은 국민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의무를 이행하는 첫번째 전제 조건이 학교 중심의 교육이다. 문제는 대학의 입시정책이다. 대학이 학생 선발에서 고교의 평가를 중시한다면 학교 교육은 중시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풀이 능력만 요구한다면 학교 교육은 외면받고, 공평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헌법적 요구는 이뤄질 수 없다. 대학의 입시정책이 중등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도록 조정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외계층에게 조금 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가 아편이라면, 서울대가 시행하는 지역 균형선발, 그동안 검토해 온 계층 균형선발 전형은 뭐라고 해야 하나. 미국 영국 대학들의 소수자 우대정책은 또 뭔가. 대학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를 세습시키는 매개체가 되어선 안 된다. 약자 보호와 원활한 계층 이동을 통해 사회 통합에 이바지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물적 인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지원받아 온 서울대라면 특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요즘 서울대와 교수들은 도덕적 판단과 사회적 책무를 상실하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권리에 중독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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