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8 18:19
수정 : 2007.07.08 19:19
사설
지난주말 타결한 병원 노사의 산별교섭 결과는 병원 노동자의 20%에 이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노사는 합의문에서 올해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률을 정규직보다 높게 하기로 했다. 또 정규직 임금 인상분의 3분의 1 가량을 떼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 해소, 처우 개선에 쓰기로 했다.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면 병원 비정규직 문제는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크게 줄어들 듯하다.
이번 교섭에서 노사는 총액 기준으로 올해 정규직 임금을 병원에 따라 4~5.3%로 올리되, 이 가운데 1.3~1.8% 인상분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쓰기로 했다.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 돈이면, 직접고용(계약직) 비정규직 6714명 가운데 최대 5500명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외부 용역업체 등을 통해 간접고용한 비정규직 5151명의 처우 개선에도 돈이 들기에, 올해 그만큼의 정규직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노사가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용자 쪽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같은 노동자를 2년 이상 계속 쓰려면 정규직으로 고용하게 하는 조항이 특히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 노동자를 2년마다 다른 사람으로 바꿔쓰기란 병원으로선 모험이다. 하지만, 사쪽이 비정규직의 문제 해결 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몫을 줄여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연 정규직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양보에 더 큰 갈채를 보내야 마땅하다.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협상에 임했고, 용기있는 양보로 막판 타결을 이끌어냈다.
아직 단위 사업장별 교섭이 남아있어,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일부 사용자가 반대해, 비정규직을 위한 재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 합의문에 적지 못한 게 조금 우려도 된다. 그러나 노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큰 방향에 공감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비정규직 차별은 시간이 갈수록 사용자들에게도 큰 짐이 된다. 큰 비용 부담 없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사용자들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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