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9 18:35
수정 : 2007.07.09 19:24
사설
이라크 주둔 미군을 조속히 철수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어제 이례적으로 장문의 사설을 통해 조속한 철군을 촉구했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유력 의원들까지 속속 철군론에 합류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널리 확인된 탓이다.
이번 철군론은 지난 1월 발표된 미국의 새 이라크 정책이 실패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이후 일었던 철군론에 ‘지금 이라크에서 물러나면 더 위험해진다’는 논리로 맞서, 올해 초 병력 증파를 강행했다. 미 정부와 의회는 전비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라크의 정치적·행정적 안정을 위한 18개 목표 달성을 법률로 의무화했다. 이번 철군론은 이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이라크 사정의 호전을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병력 증파로 이라크의 안정과 치안유지 토대를 닦은 뒤 장기주둔을 꾀한다는, 미국의 ‘이라크 최종단계’ 전략이 달성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대이라크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해졌다. 거짓 정보에서 출발한 ‘잘못된 전쟁’은 일찍 포기할수록 좋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결단을 기대한다.
문제는 미군이 철군하든 않든 이라크의 사정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라크 정부의 부통령이 자위를 위한 무장을 촉구할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내전 양상은 심해지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물러나면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등 이라크 내의 갈등이 이란, 시리아, 터키 등 주변국과의 국제적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금도 수백만명에 이르는 이라크 난민이 더 늘어나는 일도 예상된다. 대규모 전면전이 해법이 될 수 없다면, 이라크 사태를 중동문제의 큰 틀에서 외교적 수단이나 국제적 연대로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미국도 이란과의 대화 등 이슬람과의 화해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라크 사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파병 연장을 고집해선 안 된다. 일각에서 기대하는 기업의 이라크 진출이나 석유채굴권도 중요하나, 그런 게 과연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이다. 무엇보다 자이툰부대의 안전이 우선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서둘러 철군 시한을 밝히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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