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0 19:36
수정 : 2007.07.10 19:36
사설
내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의 눈길이 쏠려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일년 가까이 연 4.5%로 묶어놓은 콜금리 목표치를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돈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높아진 반면, 콜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던 요인들은 많이 누그러진 탓이다. 이번 금통위는 한은의 통화관리 의지를 가늠해 볼 시험대도 될 것이다.
시중에 돈이 넘친다는 데는 그다지 이견이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한국이 2006년 들어 본격적인 유동성 과잉 상태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통화 증가율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증권시장에선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뭉칫돈들이 불씨를 기다리는 한 부동산 시장도 늘 불안하다. 돈으로 키워진 자산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돈의 양을 줄이는 건 한은의 오랜 숙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 때 자신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가 지나치게 풀린 돈을 줄여나가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려면 콜금리를 필요한 만큼 높여야 하는데 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졌다고 한다. 어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로 높였다. 종전 전망치 4.4%와 차이는 크지 않지만 회복세로 진입했다는 확신의 표시다. 내년에는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으로선 숙제를 풀 시기가 온 셈이다.
과거에도 기회가 있었다. 정부 눈치 보느라, 때로는 경기 상승세를 꺾었다는 질타를 받을까봐 몸을 사리다가 기회를 놓친 게 한은이었다. 경기 흐름이 좀 나아졌다고 금리를 올리는 건 성급하며, 원-달러 환율에도 부정적이라는 경계론도 있다. 그러나 통화긴축 정책은 대다수에게 반가운 정책이 아니어서 반론은 늘 있기 마련이다.
물론 현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금통위가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판단이 서면 눈치볼 것 없이 행동에 옮기는 게 금통위 본연의 자세임은 분명하다. 할 수 있을 때 넘치는 돈을 줄이고 금리도 적정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경제 안정을 이룰 뿐 아니라, 정책 운용 여지도 커진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한국증권업협회가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58.8%가 7월엔 콜금리 목표치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걸 보면, 시장은 이미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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