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7.11 19:24 수정 : 2007.07.11 19:24

사설

철도·병원·전기·정유·항공운수 등 필수공익 사업장의 파업을 이중 삼중으로 제약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제 발표됐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악명 높은 직권중재 폐지에 따른 후속 조처인데, 내용을 보면 그전보다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필수공익 사업장 노조에겐 ‘영향력 없는 파업’만 허용한 격이다.

직권중재는 노동위원회가 필수공익 사업장의 파업을 유보시키고 중재에 나서는 제도다. 중재안이 나오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결정이 그대로 관철된다. 그 이후엔 파업도 불가능하다. 파업 같은 단체행동권이 없으면 교섭력도 약해지기 마련이어서, 이 제도는 노동삼권의 하나인 단체교섭권까지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정해 지난해 연말 개정된 노동법에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신 필수업무 담당자는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하고, 파업 대체 인력 투입을 허용하는 규정을 새로 넣었다.

이런 대체안은 법 개정 논의 때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구체적인 규정을 담은 시행령안은 예상보다도 훨씬 많은 제약을 담고 있다. 우선 필수업무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파업이 무력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파업권을 인정하는 건 회사에 일정한 피해를 끼침으로써 노조의 요구를 관철할 여지를 준다는 취지에서인데, 이렇게 무력화돼 별 피해를 주지 않으면 사용자 쪽이 성실하게 협상에 나서겠는가.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장치는 이뿐 아니다. 노조가 필수업무 담당자를 빼고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회사는 파업 참가자의 절반까지 외부 인력을 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파업의 영향력은 더욱 더 미미해질 게 뻔하다. 아마도 상당수의 사업장에서는 파업 이전과 차이를 못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노조가 쉽게 복귀하지 않으면, 최후 수단으로 ‘긴급조정’이 남아 있다. 이는 파업을 중단시키고 중재에 들어가는 비상수단이다. 결국 파업 시늉만 하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국가 핵심 시설이 완전 마비되거나 시민의 생명이 위협받도록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해서도 안 된다. 결국 공공의 이익과 노동자의 기본권을 절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직권중재 대체안은 절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이제라도 진정한 절충안 마련을 위해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