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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시장, 중심은 소비자여야 |
통신 사업자들이 서로 짜고 요금을 정해온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잡혔다. 케이티와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온세통신 등 유선통신 사업자들이 시내전화와 피시방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에서 담합해 요금 경쟁을 회피해온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공정위 전원회의의 최종 결정을 남겨둔 상태이긴 하나, 공정위는 2003~2004년에 걸쳐 수차례 짬짜미한 사실을 입증해주는 증거서류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 부문의 특성상 무한 가격 경쟁을 기대하기는 사실 어렵다. 거대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기업과 후발 주자 간의 대등한 경쟁도 어렵다. 또 물과 공기처럼 현대 생활에서 필수 불가결한 통신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한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통신 부문에서는 이른바 관리경쟁이라 해서 정부 개입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담합 혐의가 적발된 시내전화와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의 요금도 정부가 규제는 하되 시장 기능을 접목한 인가제나 신고제로 돼 있다. 그런데 통신 사업자들이 짜고 인가 신청하거나 신고함으로써 가격 경쟁 요소를 원천적으로 무력화한 것이다.
담합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정보통신부 탓도 있다고 본다. 지나친 경쟁을 억제한다는 정책이 나아가 담합까지도 사실상 묵인하는 결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가장 큰 사업자인 케이티를 보면, 지난해 1조7995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이런 수익의 상당 부분이 부당한 요금 책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소비자 주머니에서 울궈낸 경영 성과란 비판을 들어도 할말이 없다.
정책 당국자들의 발상 전환도 필요하다. 관리경쟁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궁극적 목적은 사업자 보호에 있는 게 아니다.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통신 전문가들은 정통부 정책이 사업자 보호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런 지적이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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