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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9 18:35 수정 : 2005.03.29 18:35

검찰이 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고발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대학의 권장도서가 돼 있고, 평론가들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까지 한 것을 두고 검찰이 ‘불온’의 굴레를 씌웠다면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사건을 11년이나 끌어온 것까지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아무리 대범한 사람이라도 수사기관이 자신에 대해 범죄 혐의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면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조정래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감시·고문당하는 것 같은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독자들도 이적표현물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실정법으로 있고, 고발이 있었으며,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검찰은 변명하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헌법은 모든 법 위에 있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은 어떤 이유로도 침해해선 안 된다. 그것은 검찰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검찰은 경상대학의 교양교재 <한국사회의 이해>를 쓴 이들과 <나는야 통일 1세대>를 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적이 있다. 이들도 10년 넘게 이러저리 불려다니며 고통을 겪은 뒤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학문 저술이든 예술 작품이든 그 내용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니, 논쟁이 있어야 더 건강한 사회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사상을 빌미로 수사기관이 나서서는 안 된다. 태백산맥에 대한 검찰수사도 그런 의미에서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동안 무리한 기소나 장기간의 조사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의 이유로 ‘판매 부수’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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