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7.12 19:27 수정 : 2007.07.12 19:27

사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던 신정아씨가 미국에서 받았다는 학위가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불거지자 신씨는 조교수로 일하던 동국대학교에 사표를 냈고,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감독 선임을 취소했다. 가짜학위 파문은 그동안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 일이 세상에 던진 충격은 이전보다 훨씬 큰 듯하다. 역대 최연소인 30대 중반 나이에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뽑힌 신씨의 유명세와 그가 맡았던 일의 중요성 때문이다.

뻔뻔하게 세상을 속인 그의 비양심적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는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미국 예일대학 박사과정에 다닌다고 주변에 밝혔고, 2005년 동국대학 조교수로 임명될 때는 박사학위를 받았다며 관련 서류를 냈다. 다른 사람의 학위 논문을 자신이 쓴 것이라고 속였다. 그동안 몇 차례나 학위가 가짜라는 의혹이 일었음에도, 그는 끝내 거짓으로 일관했다. 그는 연초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작 선정 비리가 밝혀지자, 비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동국대가 교수 임용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은 건 의문이다. 학과에서 가르칠 과목조차 없어 교수들 사이에 그의 채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도, 윗선에서 특별채용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가 박사학위를 정말 받았는지는 교수 임용 전부터 미술계 안에서 의혹이 일었으나, 동국대는 예일대학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열린 동국대 이사회에서 신 교수의 박사학위 위조 의혹을 제기한 한 이사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해임되기도 했다고 한다. 광주비엔날레 재단도 별 검증없이 몇몇 사람이 논의해 그를 감독으로 선임했으니 할말이 없게 됐다.

어설픈 검증도 문제지만, 우리 사회의 지나친 학벌숭배가 그의 가짜학위 놀음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실력보다는 학벌과 학연을 중시하는 우리 미술계와 학계의 풍토를 그 또한 잘 알았을 것이다. 학계와 의료계, 종교계 등에서 잊을 만하면 가짜학위 사건이 불거지곤 했다. 신씨는 미술관의 큐레이터로 굵직한 기획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려 왔다. 외국 유명대학 출신이라는 거짓 포장을 보고, 우리 사회가 그의 실력까지 과대평가해 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끝까지 세상을 속일 수 있다고 믿었을 한 젊은이의 철없는 행동만 탓하기엔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