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2 19:29
수정 : 2007.07.12 19:31
사설
중앙선관위는 청와대가 선관위에 보낸 질의서를 공개한 것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어제 밝혔다. 질의서 공개가 언론 취재에 대한 답변형식으로 이뤄져, 적극적·계획적·능동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이런 판단과 관계없이 질의서와 관련한 청와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런저런 발언을 해도 되느냐고 질의서를 낸 것 자체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몰라서 그런다기보다는 지난달 두 차례나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은 데 대한 일종의 어깃장으로 보인다. 선거법 조항이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안 되는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선관위의 유권해석과 결정문에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묻지 않더라도 현행 법과 상식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헌법기관을 존중한다면 이런 내용의 질의서를 선관위에 보내는 일은 그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질의서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청와대가 자기 할말을 하는 것도 유치하다. 그러니 졸렬하다는 얘기까지 듣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쪽이 대운하 보고서 유출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한 것 등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대통령이 됐건 참모가 됐건 그때그때 정면으로 해명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이다. 선거법은 대통령이 “특정 정당 및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선거 개입행위를 막는 것이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발언을 막는 게 아니다.
현행 선거법이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지나치게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으나 선거법이 고쳐지기 전까지는 대통령은 현행 선거법 조항과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계속 작동하도록 하는 중요한 기제인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의 하나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자중하기 바란다.
각 정당이나 후보들 역시 대통령이나 정부를 근거없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일부 후보는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전략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집중 공세를 벌이는 듯하다. 착각이다.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드는 정략적인 접근으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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