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2 19:31
수정 : 2007.07.12 19:31
사설
베네딕토 16세의 로마 교황청이 최근 가톨릭 이외의 기독교를 올바르지 못한 교회로 규정했다. 개신교는 교회라고 볼 수 없으며 그리스 정교는 교회로서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헌장에 대한 ‘잘못되고 모호한 해석’을 바로잡고자 이렇게 정리했다고 하지만, 이로 말미암아 화해와 평화를 선언했던 2차 공의회의 정신은 근본적으로 위협받게 됐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촉발된 20세기 전쟁과 학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교회가 하느님의 평화를 이 땅에 실현하기보다는 불화와 충돌을 조장했다는 자성은, 가톨릭 교리와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게 했다. 그 결과 가운데 ‘교회 밖의 구원’ 가능성을 인정하고, 다른 종교의 인정 및 존중, 그리고 대화를 촉구한 것 등은 기독교 2000년 역사를 새로 쓰게 한 것들이었다. 이후 공의회 정신에 따라 가톨릭은 ‘갈라진 교회’(개신교 성공회 정교 등)를 형제 기독교로 인정했고, 다른 종교와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기독교와 이슬람은 같은 하느님을 믿는 같은 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베네딕토 16세의 즉위와 함께 제동이 걸렸다. 교황청 안 종교간대화평의회의 기능을 약화시킨 그는, 지난해 “이슬람은 사악하고 잔인한 종교”라는 비잔틴 제국 마누엘 황제의 말로써 이슬람권을 들끓게 했다. 이번엔 다른 기독교 교파를 이단 혹은 비정상으로 매도했으니, 이제 2차 공의회 이후 가톨릭이 추구해 온 종교간 화해와 평화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일부에선 가톨릭의 정체성을 명확히해 신도들의 혼란을 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선다. 그러나 교리의 정통성과 신앙의 정당성을 부정당한 다른 기독교 종파로서는 좌시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 전세계의 개신교와 정교회 등은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세계 평화는 지금도 여전히 종교 혹은 종파 사이 분쟁으로 위협당하고 있다. 북아일랜드에선 아직도 가톨릭과 신교 사이 갈등이 내연하고 있고, 발칸반도에선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의 갈등이 여전하다.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유혈충돌은 계속되고 있고, 기독교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충돌은 세계 평화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분명히해야 한다. 로마 교황청의 하느님이 원하는 건 불화인가 평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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