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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3 18:29 수정 : 2007.07.13 21:16

사설

이랜드 노사 갈등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직접 고용 요구 투쟁이 500일을 맞았다. 지난 3일부터 비슷한 처지의 새마을호 여승무원들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여승무원들은 어제 ‘파업투쟁 500일 집중집회’를 열고, 다시 한번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사태가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한 법이 시행되면서 고용이 더 불안해진 비정규직의 암울한 현실을 이 사태가 상징하는 듯하다.

여승무원들은 지난해 3월1일 계약직에 파견직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거부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전문 서비스직이라는 기대를 갖고 일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영판 달랐다.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 소속의 계약직이면서 철도공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불안한 위치였다. 처음엔 상황이 차차 나아지려니 했으나, 2005년 말 회사가 선별 재계약을 추진하자 이들은 결국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에 철도공사는 위탁사업권을 케이티엑스관광레저로 넘기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고, 사태는 꼬여갔다.

이들의 현실이 알려지면서 각계의 지원이 잇따랐다.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지지 활동이 계속 이어졌고, 승무원들의 투쟁도 갈수록 강도를 더해갔다. 이들은 전국 순회 선전 활동, 점거농성 등 해보지 않는 게 없다고 할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 3월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기도 했다. 이만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많은 사람이 지지한 투쟁도 별로 없다. 지난 9일에는 각계인사 500여명이 하루 동조 단식까지 벌였다.

하지만 정부와 철도공사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공공 부문 비정규직 개선 대책을 내놨으나, 이들 문제는 외면했다. 이달 초 철도공사 노사협의회에서도 공사 쪽은 숭무직 직접 고용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한때 이 사태에 관심을 보이던 정치인들도 이젠 모두 외면한다.

일부에서는 우리 노동운동이 너무 과격해 문제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고속철도 여승무원 사태가 보여주듯이, 노동자를 투사로 만드는 것은 암담한 노동 현실이다. 여승무원들이 바라는 건 ‘비정규직 투쟁의 꽃’으로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그들의 소망을 이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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