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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3 18:30 수정 : 2007.07.13 18:30

사설

경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어떻게 은폐했는지,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한화 고문인 전직 경찰총수가 나서서 옛 후배들한테 사건 무마 로비를 벌였고, 청탁을 받은 서울경찰청장과 수사부장, 형사과장이 수사를 중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남대문서장은 진행 중인 수사를 가로막았고, 부하 직원은 엉터리 조서를 작성하는 등 짜맞추기로 내사를 끝냈다고 한다. 언론이 나서지 않았다면 희대의 폭행 사건은 없었던 일이 될 뻔했다. 법질서 유지의 최일선에 선 경찰 조직이 송두리째 재벌 총수 앞에 납작 엎드려,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해 버린 꼴이다.

두고두고 경찰에 치욕이 될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는다. 재벌 총수의 입김이 이토록 세고, 경찰 간부들의 도덕성이 이렇게 형편없다는 건 충격적이다. 검찰은 이택순 경찰청장 등 본청 간부들은 사건 은폐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 청장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재벌 총수가 폭력배까지 동원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행을 저질렀다. 이런 사건을 경찰 총수가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전혀 보고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부하 직원들의 사건 은폐를 막지 못했다는 것은 지휘자로서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처분은 지나치게 관대하다. 검찰은 광역수사대에서 수사 중인 첩보를 남대문서로 넘기도록 해 수사를 중단시킨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서울청 고위 간부들을 형사 입건하지 않았다. 특히 홍 서울청장에 대해서는 징계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사건 은폐에 개입한 경찰 간부들이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줄 일은 아니다. 공권력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일인데, 일벌백계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경찰은 신뢰에 치명상을 입었지만, 더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쉽게 무릎을 꿇는 경찰을 이제 어떻게 믿겠는가. 경찰이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한다고 해도 쉽게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이 청장은 경찰의 환부를 스스로 도려내지 못하고 부하 직원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자신의 혐의는 벗었지만, 경찰의 자정 능력을 부인한 셈이 됐다. 그는 유시왕 한화 고문과 만난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부하직원들의 믿음을 얻고, 신뢰 회복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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