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5 17:41
수정 : 2007.07.15 21:19
사설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을 관련국들에 통보함으로써 2·13 합의 초기단계 조처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에 간 국제원자력기구 감시·검증단이 핵시설 폐쇄를 확인하고 봉인하면 2·13 합의 이행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북한은 이에 때맞춰 한반도 평화와 안전보장을 논의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열자고 지난 13일 미국에 제안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의 가시적 성과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하려는 시점인 것이다. 6자 회담 참가국 모두 다음 목표를 분명히하고 논의를 가속화할 때다.
북한이 2002년 2차 핵위기 때 재가동한 영변 핵시설을 55개월 만에 동결한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6자 회담이 핵문제 해결에 유효한 틀임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를 규정한 다음 단계다. 이 단계가 올해 안으로 순조롭게 끝나 한반도·동북아의 안보 환경이 크게 개선되려면, 무엇보다 북한의 전향적이고 현실적인 결단이 요구된다.
북한이 북-미 군사회담 제의는 앞으로 시작될 평화체제 논의를 앞두고 기선을 제압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정전협정 서명국인 북한과 미국이 직접 다뤄야 할 군사 문제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회담 제의가 엉뚱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과 한국이 이번 제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운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북-미 군사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과 관련한 문제들”을 토의하기에 적합지 않다.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 등 직접 관련 당사국이 합의한 고위급 외교협의체가 주도하고, 개별 군사회담은 그에 맞춰 제한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 주체가 남북한인 만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과정 역시 남북이 주도하고 다른 나라들은 뒷받침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실천되지 않는 합의가 아무 소용이 없듯이 선후가 뒤바뀐 공세도 6자 회담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다음 단계 핵 폐기를 위한 치밀한 준비와 함께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기본틀을 잘 짜는 것이다. 곧 베이징에서 만날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의 주요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