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5 17:41
수정 : 2007.07.15 19:38
사설
조세연구원이 공익법인의 활성화를 위한 투명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이 안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 안의 큰틀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기부금 모집과 사용 내역을 공시하고, 고유 사업용 전용 계좌를 의무적으로 만들며,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나선 것은, 공익법인이 활성화하려면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가 제대로 구현될지 의심스럽다. 공익법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교법인이 투명성 강화 방안 적용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종교법인은 2005년 기준으로 전체 공익법인의 61.9%나 된다고 한다. 조세연구원은 종교법인을 제외시킨 이유로, 대부분 익명의 헌금을 기본 재산으로 하기에 세법에 따른 관리가 곤란하고, 정부의 설립·관리 감독이 쉽지 않은 점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이라는 건, 종교법인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관리 감독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종교단체에 대한 외부 개입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종교단체에 대한 사회의 불신이 분명히 존재한다. 종교단체의 사회적 책임이나 영향력까지 고려하더라도, 마냥 방치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물론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펴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은 기대에 못미친다. 일반 신도들이 밑에서부터 개혁을 주도하는 방안도 있겠으나, 이 또한 종교단체 특성상 기대하기 어렵다.
종교법인의 투명성 강화는 종교인에게도 나쁜 일만은 아니다. 내부 갈등의 상당수는 독단적이거나 불분명한 회계 처리에서 비롯된다. 일부 종교를 빼면 이런 분쟁을 해결할 권위 있는 기관이나 집단이 없어, 갈등이 종종 극단화·장기화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활동 내역을 공시하고 외부 감사를 도입하는 것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푸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투명성 확보는 포교 활동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이번 방안에는 공익법인을 통한 편법적인 계열 기업 지배를 막는 장치인, 동일 기업 지분 보유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 이런 편법의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지분 제한 완화는 아무래도 시기상조다. 이 부분 또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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