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9 18:22
수정 : 2007.07.19 18:25
사설
복합영화관 3위 업체 메가박스가 오스트레일리아계 금융회사 매쿼리에 넘어갔다. 2005년 순익이 102억원에서 지난해 87억원으로 줄어든 메가박스는 올 1분기엔 3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메가박스는 꾸준히 매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고 한다.
메가박스 매각은 한국 영화산업이 처한 위기를 상징한다. 영화관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은 관객 감소다. 올 상반기 전국 관객 수는 7201만여명으로 지난해보다 10.8% 줄었다. 2000년 들어 최대의 감소 폭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반전될 조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관객 증가를 주도해 온 한국영화 관객 수가 추세적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47.3%를 기록했다. 박스 오피스의 상위권은 외화가 싹쓸이했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무려 108편이나 제작됐다. 전년도보다 30%나 늘어난 수치였다. 한탕을 노리고 눈먼 자본이 일시에 몰려든 탓이었다. 영화는 졸속으로 제작됐고, 관객의 실망은 커져갔다. 그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20편 정도였으며, 제작사의 손실은 1000억원대에 이르렀다. 역작용으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제작 중단이 잇따랐으며, 출시된 작품도 완성도가 떨어졌다. 관객의 실망은 더 커졌다. 메가박스가 손을 든 것은 이런 흐름 속에서였다.
자국 영화가 50% 이상의 관객 점유율을 차지하는 나라는 인도와 한국 등 극소수다. 한국영화가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스크린쿼터 덕도 컸지만, 이보다는 관객들의 애정과 관심 덕분이 더 컸다. 하지만 영화계는 이에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보답하지 않았다. 홍보와 캐스팅 등 잔꾀로 손님을 끌려고 했다.
영화계는 1990년대 중반, 길고긴 침체기를 끝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감한 인적 교체로 영화판에 새로운 상상력과 기획력을 수혈해야 한다. 제작과 마케팅에 붙은 거품을 걷어내 비용 대비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다양한 부가 판권시장을 개척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70년대부터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한국영화의 침체기는 참으로 길었다. 그때로 돌아갈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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