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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0 18:54 수정 : 2007.07.20 18:54

사설

이랜드 노조의 농성에 정부는 또다시 낡은 대응 방식을 들고나왔다. 어제 경찰을 동원해 이랜드그룹 소속 매장 두 곳에서 농성하던 노조원들을 해산시킨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최후통첩을 하듯 경찰 투입 의사를 밝히고 협상이 벽에 부닥칠 때쯤 실제로 나섰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부 개입은 노동쟁의 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노조의 반발을 키워 사태를 꼬이게 하기 십상이다. 이랜드 사태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의 투쟁이 계속되리라는 것은, 민주노총의 즉각적인 반발에서도 확인된다.

정부의 경찰 투입 논리는 언뜻 그럴듯하다. 협상 기회를 줬으나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불법행위를 무작정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똑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사태를 면밀히 들여다본 사람들에겐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회사의 불법에는 관대하고 노조의 불법엔 엄격하다. 이랜드의 경우만 해도 정부가 회사 쪽의 부당 행위에 엄정히 대처했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많다.

노조의 불법 행위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파업은 노동자들의 최후 투쟁수단이지만 한국에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를 불법으로 몰아 중단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한 꼬투리가 회사의 업무방해 혐의 고소다. 정부는 흔히 이를 이유로 노조를 압박하는데, 이것만으로도 회사를 편드는 셈이 된다. 사태가 조금 길어지면 경찰이 투입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노조 요구에 경청할 만큼 어리석은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파업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업무에 차질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 행위이기에, 선진국에서는 업무 방해를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거나 노조 간부를 처벌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업무 방해를 적용함으로써 파업권을 제약하는 게 정당한 법 집행으로 취급된다.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을 잘 알기에 파업에 들어갈 때 간부 몇 사람 구속은 당연히 각오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격한 노동운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건 소용없는 짓이다.

이번 농성 해산으로 이랜드 사태는 끝날 수도 있으나,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진정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낡은 대응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야 비정규직 문제 해법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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