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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한국인은 석방돼야 한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0여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 이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탈레반 세력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오늘 정오까지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다른 분쟁지역에서 한국인이 무장세력한테 납치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이 납치된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를 비롯한 모든 관련 당사자들은 이들의 신변에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탈레반 무장세력은 전쟁과 하등 관계없는 민간인을 납치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비인도적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피랍자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의 병원과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선량한 사람들이다.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은 결코 정당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들이 철수를 요구하는 한국군은 전투병력이 아니라 전후 복구를 지원하는 의무·공병부대일 뿐이다. 이와 함께 이슬람을 신봉하는 탈레반이 기독교인들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 종교간 갈등으로 심화될 가능성도 있음을 납치세력은 유념해야 한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피랍자 전원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해야 한다.
정부는,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태를 빚은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그동안 아프간에서는 외국군 철수를 요구하려고 민간인을 납치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특히 지난 2월엔 외교통상부가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을 납치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기도 했다. 또 국내 기독교 선교단체들이 이슬람 국가인 아프간에 선교와 봉사 활동을 한다며 밀려가 여러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 무장세력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에서 지적돼 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여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정도에 멈췄다. 피랍 소식이 전해진 후 안팎에서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정부의 조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급박한 위기에 처한 피랍자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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