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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2 18:33 수정 : 2007.07.23 01:38

사설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지 나흘이 지났다.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풀려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납치 세력이 협상시한을 두 차례 연기하는 등 협상국면에 접어든 양상이지만, 피랍자들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모든 정부 기관은 사명감을 갖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길 바란다.

정부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적극적 협상의지를 보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긴급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적절했다. 정부 발표대로, 납치된 한국인들은 아프간에서 인도적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현지에서 의료 및 구호 지원 임무를 수행해온 한국군 동의·다산 부대는 활동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납치 세력은 한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을 어떤 이유도 없다. 납치 세력이 한국인 석방 조건으로 같은 수의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새로 요구한 것은 한국인 납치가 무차별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납치 세력은 자신의 행동이 한국인은 물론 지구촌 전체의 분노를 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순조롭게 풀려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제 테러를 차단하고 테러조직에 대응하는 차원의 국제 대테러 공조에 참여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군사작전은 이런 대테러 전쟁의 취지에 들어맞지 않는다. 정부는 납치 세력에게 한국인의 석방을 분명하게 요구하되, 한국이 아프간을 대테러 전쟁의 무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는 피랍자 석방은 물론 앞으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아프간 내부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01년 가을 미군 침공 이후 수립된 정부는 제한된 지역에서만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당시 집권세력에서 밀려난 탈레반은 다시 통제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올봄부터 늘어난 외국인 납치는 탈레반이 외국군의 분열과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 채택한 새로운 전술이다. 곧,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점령은 이라크에서처럼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아프간 문제 역시 이라크처럼 군사 위주가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동의·다산 부대를 빨리 철수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 부대가 아무리 비전투 활동을 하더라도 군복을 입고 있는 한 상당수 아프간인에겐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부 한국인의 과도한 종교적 열정이 사태 해결의 장애물이 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번에 납치된 이들은 분쟁지역이자 이슬람국인 아프간에서 섣부르게 행동했다. 이들은 현지 경찰이 여권이나 신분증 등을 요구하며 성가시게 할 우려가 있다며 자신들의 이동을 경찰에 알리지 말 것을 버스 기사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부주의한 태도는 언제라도 이번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상대의 종교와 전통·관행을 존중하는 한국인의 고유한 품성에도 어긋난다.

납치 세력은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과 한국인을 적으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 아무 잘못도 없는 한국인을 계속 잡아두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을 설득하는 데 정부와 민간이 가진 모든 외교역량을 결집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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