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특별감사까지 받은 서울 외발산동 수협중앙회 급식 재료 작업장의 위생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드러났다. 어류창고의 위생관리는 잘되고 있지만, 조개류 창고는 작업장 벽에 이끼가 끼고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 환경이 아주 나빴다. 사람들이 아무도 위생모자를 쓰지 않은 채 일하고, 물기없는 곳에서 해야 할 냉동새우 해동 작업을 바닥에 물기가 많은 곳에서 하는 모습도 보였다. 엉망은 아니라 해도, 결코 위생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이 작업장에서는 서울·경기 지역 초·중등학교 683곳과 구청 13곳에 급식 재료로 어류와 조개류를 공급한다. 어패류는 오염되기 쉬워, 위생관리가 소홀하면 자칫 대형 급식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조개류는 과거에도 재료를 공급받는 학교 영양사들이 집중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바 있어 더욱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할 터인데, 작업장 상태로 봐서는 불안감을 좀처럼 떨치기 어렵다. “방학을 앞두고 위생관리가 느슨해진 듯하다”는 변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위생당국에도 책임이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나서서 특별감사를 벌였지만, 당시 어느 감사팀도 조개류 창고는 살펴보지 않았다고 한다. 시정명령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강서구청이 지도점검을 나갔을 때도 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다고 개선 조처를 소홀히한 수협 쪽의 잘못이 크지만, 당국의 관리·감독도 형식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조개류 창고는 어류 창고와 달리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해섭) 인증을 받지 않은 만큼 더욱 철저히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위생당국은 즉시 점검에 나서야 한다.
농산물뿐 아니라 수산물도 중국산이 계속 밀려들고 있다.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위생상태를 믿기 어려워서다. 위생관리 측면에서 중국산과 확실히 차별화를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수산물 시장과 우리 어민의 생활터전을 지키는 일이다. 그런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수협마저 이렇게 허술한 위생관리를 한다면, 국산이든 중국산이든 다 같이 불신을 받을 뿐이다. 누가 지적하기 전에, 수협은 스스로 우리 수산물의 위생관리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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