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4 18:12
수정 : 2007.07.25 09:49
사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 모두를 피해 없이 석방시키기 위한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무엇보다 납치 세력과의 직접 접촉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 외국인 납치 사건들처럼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탈레반 쪽 대변인이 직접 ‘곧 합의가 이뤄져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은 협상 전망을 밝게 해준다. 탈레반이 협상 중에는 한국인을 살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아프간 정부 쪽 협상 관계자의 발언도 고무적이다. 납치 세력은 사건 초기부터 한국과의 직접 접촉을 바랐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과의 협상에 집중해 피랍자들이 최대한 빨리 풀려나도록 해야 한다.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납치 세력이 요구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인 듯하다. 애초 납치 세력이 꼽은 수감자 23명 가운데 일부는 현지 외국군이 신병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를 모두 풀어주려면 아프간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 등 아프간에 파병한 나라들이 함께 동의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인 피랍자는 아프간에서 지난 몇 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납치된 모든 외국인을 합친 인원과 맞먹는 규모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자체가 위험요인인 것이다. 피랍자들의 건강 문제를 포함해 돌발 사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우려가 있음에도 납치 세력이 한국인을 계속 잡아두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한 명이라도 피해자가 생긴다면 한국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납치 세력은 한국인들을 빨리 풀어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로움을 알아야 한다.
한국인 납치는 분명 범죄이지만 탈레반 전체가 한국의 적은 아니다. 한국 국민은 대테러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점령하고 탈레반을 공격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 ‘테러 조직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일반론을 들어 협상을 경계하는 일부 목소리가 있으나 이번 경우엔 타당하지 않다. 이번 사태에는 한국과 납치 세력은 물론이고 아프간 정부와 여러 파병국이 관련돼 있다. 아프간내 여러 반정부 조직들이 사태를 악용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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