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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4 18:13 수정 : 2007.07.24 18:13

사설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 전용 의원’이 엊그제 개원 3년을 맞았다. 사소한 질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목숨까지 잃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딱한 사정을 보다못해 한국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대표인 김해성 목사가 나서서 2004년 주말진료소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형편이었으나 그동안 거쳐간 환자가 8만2천여명으로 하루 평균 200명이 넘는다. 상근의사가 네 사람에 불과한 이 작은 의원급 병원이 실로 기적 같은 일을 해 온 것이다.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고 차별하는 나라라는 나쁜 이미지를 씻는 데 이 병원이 이바지한 바를 생각하면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병원 쪽은 치료비는 물론이고 수술비, 입원비도 한푼 받지 않았다.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뜬 이들의 장례도 무료로 치러줬다. 불법 체류자나 밀입국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 돌봤다. 우리말을 못하는 이들에게는 통역을 댔고, 산업재해 신고 및 처리도 해줬다. 치료가 끝난 뒤 갈 곳 없는 이들은 쉼터에서 쉬어가게 했다. 400여명에 이르는 의료 자원봉사자들, 통역 등 여러 분야에서 힘을 보탠 이들, 돈과 의약품을 후원한 개인과 여러 민간단체, 기업체에도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병원 재정을 대부분 민간 후원에 의존해야 하니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은 6층 건물을 쓰고 있는데, 한 진료실에서 두 명의 의사가 진료해야 할 정도로 공간이 비좁다. 많은 환자가 몰리는 휴일에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에는 큰불이 나기도 했다. 자원봉사 의료진이 있기는 하지만, 밤에 상주하는 인력이 부족해 의료사고의 위험도 도사린다. 의료장비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환자들이 치료비와 불법체류자 단속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100만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상당수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병원에 의지할 외국인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텐데, 지금의 인력과 장비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어지간한 질병은 이 병원에서 직접 치료할 수 있게, 응급실과 의료장비를 준종합병원급으로 갖추는 게 병원 쪽의 바람이다. 그동안 이뤄낸 기적이 더욱 꽃을 피울 수 있게, 각계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도 공중보건의를 이 병원에 투입하는 것을 포함해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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