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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6 18:59 수정 : 2007.07.26 19:00

사설

인터넷 댓글을 중심으로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에 대해 갖가지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온 나라의 관심사이니 당연한 현상이지만, 문제는 비이성적이고 악의적인 반응들이 판을 친다는 사실이다. 위험을 자초한 이들을 정부가 왜 나서서 구출하려 하느냐느니, 탈레반에 대한 보복에 나서야 한다느니 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즉흥적인 증오심 표출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자칫 전세계에 한국의 여론을 왜곡해서 전달할 위험까지 안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쉽지 않은 평화적 사태 해결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왜곡 현상은 이미 부분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한국인의 아프간 활동 내용이 악의적으로 왜곡 번역되어 퍼지고 있음이 며칠 전 확인됐다. 또 외국의 동영상 전문 사이트를 통해 한국 기독교인들의 국외 활동 영상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정보들은 전후 사정이 빠진 단편적인 모습으로 전달됨으로써 편견을 낳을 위험이 크다. 나아가 납치 사건으로 세계 언론의 관심이 한국에 모아지고 있기에,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이 다른 나라 언론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은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정보를 빠르게 퍼뜨린다. 한국인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가 더는 ‘우리만의 비밀’이 아니다. 감정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왜곡되거나 과장돼 번져나가면 속수무책이다. 한국은 결코 고립된 섬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납치 사건과 관련된 부정적인 댓글들이나 반응이 더욱 걱정스러운 것이다. 악의적인 댓글들은 진지하고 사려 깊은 의견들을 몰아낼 뿐 아니라 무분별한 증오심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한국 기독교에 대한 증오를 표현한 것이 주류를 이루지만, 납치범들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쌓인 감정을 해소하는 재미를 느낄지 모르지만, 증오는 전염병처럼 증오를 낳는다. 증오 전염의 악순환은 사람의 심성을 좀먹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인터넷이 증오로 가득 차지 않도록 이제는 침묵하던 다수가 시민의식을 발휘할 때다. 온 나라를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한 이번 납치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성숙하고 진지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자. 그것이 인질 22명의 무사 귀환에도 도움이 될 걸로 믿는다. 뜻있는 이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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