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6 19:02
수정 : 2007.07.26 19:02
사설
지난 19일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일주일 만에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탈레반 납치 세력은 그제 한국인 1명을 무참하게 살해함으로써 그동안 다각적으로 진행된 협상을 상당 부분 무위로 돌렸다. 남은 피랍자들이 무사하다고는 하나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들의 조속한 무사귀환을 위해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때다.
납치 세력의 만행은 자신들의 요구가 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더 용서받을 수 없다. 납치 세력이 요구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아프간 정부 및 현지 외국군과 탈레반 사이의 문제다. 한국군 동의·다산 부대는 의료·구호 지원 활동만을 해 왔다. 대테러 전쟁에 투입된 병력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곧 철수하기로 돼 있다. 납치 세력의 잔인한 행동은 한국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분을 키울 따름이다. 납치 세력은 남은 한국인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정부가 청와대 안보실장을 현지에 보내는 등 대처 수준을 높이기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은 있으나 적절한 조처다. 아프간 정부 쪽은 물론, 파키스탄 등 아프간 주변국을 두루 접촉해 탈레반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미국이 대테러 전쟁 유지·강화를 위해 아프간 정부와 납치 세력 사이의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정부가 적절한 직접 협상을 통해 납치 세력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는 시도도 필요함은 물론이다.
아프간 정부는 납치 사태를 푸는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자국에 봉사 활동을 하러 온 외국인을 보호하지 못한 것부터 잘못이거니와 피랍자가 숨지기까지 한 것은 아프간 정부의 기본자세에 문제가 있음을 입증한다. 탈레반 수감자 석방 가능성을 협상 초기부터 배제한 것은 만용이다. 피랍 한국인의 안위는 어떻게 돼도 좋단 말인가? 피랍자 석방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는 것은 아프간 정부의 당위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그동안 한-미 공조를 이유로 미국의 아프간 및 이라크 점령에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여 온 정부 행태가 자리하고 있다. 중범죄 행위인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가 일부 정치적 성격을 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지금과 같은 대테러 전쟁을 지지하지 않음을 세계가 알게 해야 한다. 납치 세력이 한국과 한국인에겐 단순한 범죄 집단일 뿐이라는 점을 지구촌에 분명히해야 사태 해결도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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