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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7 18:11 수정 : 2007.07.27 23:16

사설

서울동부지검이 서울지역 병역특례업체 1700여곳 모두를 대상으로 지난 몇 달 동안 벌인 수사 결과를 보면 병역특례제가 병역 비리의 주요한 온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부실 복무로 적발된 127명 가운데는 서울지역 명문대생과 국외유학생, 연예인 등이 많았다. 부모 직업에선 기업체 간부와 고위공무원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탈법적인 병역기피 수단으로 병역특례제를 이용해온 것이다.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특례자 중 전문연구요원은 비교적 관리가 잘 되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산업기능요원은 사각지대에 있다. ‘산업기능요원 채용 장사’를 위해 위장업체를 만든 경우까지 있듯이 특례업체 선정에서부터 비리가 활개를 친다. 이렇게 된 데는 병역특례제도 운용을 책임진 병무청의 책임이 크다. 비리가 끝없이 되풀이되는 건 병무청의 대처 방식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이 어제 내놓은 대책도 관리·처벌을 강화한다는 것 말고는 뾰족한 내용이 없다. 이래서는 국민의 불신을 씻기 어렵다. 검찰 수사도 더 철저해야 한다. 상설 고발센터를 곳곳에 설치하고, 전국 모든 특례업체로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매년 1만~2만명의 병역특례자를 배출하는 지금 제도를 기본 개념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병역특례제는 한 세대 전 산업화 시기에 국가가 기술인력 육성을 지원하고 잉여 병역 대상자를 활용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지금 상황은 애초 취지에 들어맞지 않는다. 국방부 역시 군에서 필요한 우수한 기능인력을 활용하지 못해 전투력 강화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특례자가 줄어 현역병이 늘어나면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얼마 전 내놓은 병역제도 개선 추진 계획에서 산업기능요원 배정은 2012년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왕 없애려면 과도기를 이렇게 길게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개병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은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일과 직결된다. 병역 비리로 군 전체가 불신을 받고 군에 대한 불신 때문에 다시 병역을 회피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부가 제도 개선 및 운용에서 원칙을 분명히 하고 엄격한 잣대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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