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9 22:35
수정 : 2007.07.29 22:36
사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날로 뜨거워지면서 대규모 지지선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각계 인사 1천여명이 선언문을 발표했고, 학생운동 출신자들이 중심이 된 ‘포럼 동서남북’ 회원 1500명은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유력 인사들이 마치 시국선언 하듯 무더기로 후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인데, 집단적 줄서기 또는 줄세우기처럼 보여 민망하다. 특히 상당수의 인사들은 이미 지지 의사를 밝혔거나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세력 과시를 위해 중복 동원됐다는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가 몇몇 정치인들만의 일이 아닌 만큼, 학자나 지식인, 각계의 유력 인사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탓할 일은 못 된다. 정치가 이 나라 구성원 전체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니 지켜보고만 있는 게 능사가 아니긴 하다. 다양한 의견이 수용될 통로를 갖추는 건 정치 발전에 도움도 된다. 나아가 학자 등이 단순히 지지의사 표명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문제라고 할 것도 없다. 그들이 나름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훌륭한 정책을 개발한다면 정책 경쟁을 활성화하고 정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터이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한다지만 정책 개발은 결국 전문가들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여러 예비후보 진영에 들어가 정책자문 따위의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과제는 정치인의 들러리에 그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활동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의 자유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기 마련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 가운데서도, 특히 학문을 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대선후보 지지 활동이 끼칠 사회적·교육적 여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대학 총장 같은 이들이 그렇다. 어제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는 구양근 성신여대 총장이 포함되어 있다. 구 총장은 직접 지지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는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을 대표하는 이가 할 일은 아니다. 특정 학회 회장 등 학계의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신중한 행보가 요구된다. 앞으로도 많은 학자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될 텐데, 행동에 앞서 자신의 활동이 ‘학문의 정치 시녀화’를 부추기지 않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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