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9 22:37
수정 : 2007.07.29 22:37
사설
개성공단의 오·폐수가 사천강, 임진강, 한강 하구로 이어지는 수계의 오염은 물론 인접한 비무장지대 서쪽 습지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작성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개성공단 1단계 조성사업 ‘환경보호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말까지 마무리되는 1단계 사업으로 하루 발생할 폐수와 오수는 총 2만9200톤이며 이를 처리할 3만톤 규모의 폐수종말처리시설은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오·폐수 처리시설은 양적인 면에서만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하천과 인접 생태계를 파괴할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폐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된 방류수의 질적·양적 문제다. 사천강 수질은 최우량 등급인데, 개성공단에서는 처리 후에도 이보다 30배 이상 오염된 오·폐수를 배출하게 된다. 게다가 홍수기를 뺀 시기로 따지면 오·폐수의 양은 사천강 전체 유량의 절반에 가깝다. 이런 조건이라면 사천강의 죽음은 시간문제다. 둘째, 장기적으로 1단계 사업의 20배에 이르는 인구 50만명 규모의 복합공단과 배후도시가 건설될 경우 오·폐수가 제대로 처리된다고 해도 사천강은 폐수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앞으로 개성공단에 유치할 업종에는 중금속과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염색, 피혁, 금속도금업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악성 폐수를 방류하기 전에 제대로 전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폐수종말처리장은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크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은, 남한에서는 당연한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를 생략한 결과이다. 환경부가 제 몫을 하지 못한 탓도 크다. 환경부는 수질관리영역을 상수원 중심에서 하구, 연안으로 확대하겠다는 ‘물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세웠으나,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1단계 사업지역만을 대상으로 삼은 근시안적 환경보호계획을 방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차적으로 강화할 폐수처리 기준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과 한반도 긴장 완화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그런 만큼 환경에 대한 배려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개성 인근에서부터 강화도에 이르는 물과 습지생태계 등 귀중한 자연자산을 망가뜨리는 곳이 되어서야 개성공단의 역사적 의미를 지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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