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1 18:39
수정 : 2007.08.01 18:39
사설
사회는 민주화했다는데, 노동운동으로 구속되는 노동자 수는 날로 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이 집계한 것을 보면, 노무현 정부 들어 구속된 노동자가 지난달 말까지 983명에 이른다고 한다. 1000명에 육박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김영삼 정부(632명)나 김대중 정부(892명) 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구속 노동자 수가 민주주의 발전 정도와 정확히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화가 노동자의 상황을 개선해주지 못한다는 것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노동 여건이 좋은데도 구속될 정도로 투쟁하는 이들은 없기 마련이다.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고 들고 일어날 때 구속자가 속출한다. 게다가 노동법을 지키더라도 회사가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해 구속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업무방해 혐의 구속은 노동자의 권리와 사유 재산권을 같은 차원에 놓고 보되, 재산권을 중시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최근 들어 구속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도 열악한 노동현실을 말해준다. 지난해 전체 구속 노동자 271명 가운데 200명이 비정규직이었고, 올해 들어 7월 말까지도 61명의 구속자 가운데 39명이 비정규직이었다. 이 수치는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음과 비정규직의 현실이 더는 참고 버티기 힘든 지경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랜드 비정규직 파업 사태가 이를 상징하는 듯하다.
구속 노동자가 자꾸 늘어나는 것은 노사 관계의 합리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구속 노동자 문제는 노사관계를 악순환에 빠지게 하기 쉽다. 노사간 합리적인 대화가 안 되면 노동자는 강경 투쟁에 나가게 되고, 이렇게 해서 구속자가 생기면 노조는 더 강경해진다. 그럼 대화의 가능성은 더 좁아지고 남는 것은 노사 대립뿐이다.
그래서 구속 노동자 문제는 비단 당사자나 노동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사가 대립하는 대신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과격한 노동운동’이 정말 사라지길 바란다면, 노동자가 노동운동 때문에 구속되는 일부터 줄여야 한다. 그리고 구속자를 줄이는 지름길은 웬만해서는 업무 방해로 노동자를 구속시키지 않는 관행을 만드는 것이다. 노동 문제를 정말 노동 문제로만 다룰 때, 얽히고 설킨 문제를 풀 해법을 찾는 게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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