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1 18:41
수정 : 2007.08.01 18:41
사설
내신 반영비율을 최소화하려는 일부 사립대의 노력이 집요하다. 3년 전 합의했던 내신 반영률 50% 약속을 무산시킨 이들 대학은 ‘올해 30% 반영’이라는 묵계마저 파기하고 있다. 고려대가 엊그제 실질반영률을 17.96%로 발표했고, 서강대도 18~20% 선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제 다른 대학들이 뒤따를 것이다.
문제는 반영비율이 낮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 등급간 점수 차이를 멋대로 조정해, 그나마 반영비율을 무의미하게 하려고 한다는 사실에도 있다. 지난번 내신 반영비율 파동은 이들 대학이 1~4등급에 만점을 줘 내신 변별력을 없애겠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 앞으로 등급 차이를 둔다고 해도 점수차가 미세하다면 1~4등급 만점 때나 효과는 다를 게 없다. 고려대는 반영비율을 발표하면서도 등급간 점수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숙명여대의 방침은 이들의 속셈을 시사한다. 숙대는 반영비율이 19.94%이지만, 1~4등급의 등급간 차이를 2, 1.5, 3점으로 했고, 5~9등급은 5, 6, 10, 18.5점으로 했다. 많이 몰리는 중상위 등급의 점수 차이를 작게해 내신의 변별력을 줄여 버렸다. 8~9등급의 점수차(18.5점)는 사실 숨겨진 기본점수다. 등급간 점수차는 동일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 상식에도 맞는다.
대입시에서 내신반영 비율을 높이려는 이유는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며, 인성 교육과 창의력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있다. 사기업이라 해도 공공성을 외면할 수 없는 법인데, 하물며 대학이 막중한 사회적 책무를 외면할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부 대학은 오히려 학교 교육을 황폐화하고, 사교육을 극성케 하며,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력을 고갈시키는 입시정책을 고집한다.
정부는 그런 대학과 드잡이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국민의 혈세를 그런 곳에 지원하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학 재정지원 사업 규모는 1조5875억원이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 예산은 사회적 책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대학에 지원돼야 한다. 공적 책임을 외면하면서 재정지원까지 기대하는 철면피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원 개설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제 정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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