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번째 세계한인입양인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부모와 생이별하고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던 650여 입양인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태어난 나라에서 외면당한 이들이 그래도 그리워 다시 찾아주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들의 씻을 수 없는 아픔 앞에서, 같은 민족이니 한 핏줄이니 하는 말들을 떠들어봐야 입에 발린 소리가 될 뿐이다. 오늘도 또 몇 명의 핏덩이들이 양부모를 찾아 비행기에 오를테니 말이다.여엿하게 커서 다시 찾아온 그들은 이땅의 양심을 찌르는 가시다. 이 가시는, 아직도 한 해 2000명 가까이 국외로 보내는 ‘아이 수출 선진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그래도 이 때뿐이다. 우리는 그들이 다시 찾을 때까지 또 잊고 지내다가 그저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갈 것이다. 수십년을 반복해 온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참다 못한 그들이 나섰다. 아이를 외국에 보내고 한이 맺혔던 어머니들이 입양인들과 손잡고 국외 입양 반대 1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더는 자신들이 겪은 불행을 반복하지 말자는 피맺힌 호소와도 같다. 정말 이번만큼은 외면해선 안 된다. 국내 입양 활성화나 입양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 같은 대책을 차츰 추진하겠다는 따위로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국외 입양을 없앨 구체적인 대책을 바로 내놔야 한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겠냐고 할지 모르나, 실제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국외로 입양된 1899명 가운데 1890명이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이라고 한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직접 또는 주위에 맡겨 키울 여건을 마련해 주면, 손가락질이 무서워 핏덩이를 낯선 땅에 보낼 어머니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미혼모 지원 대책만으로도 수치스러운 국외 입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 입양 활성화 대책이나 사회인식 개선 대책 따위는 그 뒤에 고민해도 충분하다. 당장 효과를 발휘할 일을 게을리하면서 장기 대책을 논하는 건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뿐이다.
국외 입양을 없애는 건 ‘우리 민족을 우리가 책임진다’는 거창한 말 이전에 아주 기본적인 어린이 인권 보호 조처다. 유엔 아동권리 협약 9조는 어린이가 제 부모와 헤어지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나라가 이런 기본 인권조차 외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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