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5 17:51
수정 : 2007.08.05 17:57
사설
서울 강남구의회가 의원들의 연봉(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현행 2720만원에서 6100만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마련했다. 기업부터 시작해 자영업자·실업자·학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취업난과 양극화 등으로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자치단체 예산을 다루는 지방 의회 의원들이 자기 수당 올리는 데 여념이 없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인상 내역인즉 어처구니가 없다. 활동 경비 명목의 의정비는 월 110만원으로 그대로 두고 급여 성격인 월정수당을 117만원에서 398만원으로 3.4배나 올리기로 했다. 유급제 취지에 따른 연봉 현실화라 할지라도 이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인근 송파구의원은 의정비 110만원에 월정수당 200만원을 받고 있으며, 양천구는 110만원에 185만원, 용산구는 110만원에 150만원이다. 혹시라도 강남구 예산이 많아서 펑펑 써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문제다.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가 지난해 유급제로 바뀌면서 월정수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정활동 수준을 높이려는 것이지 생계비를 보전하려는 취지는 아니다. 구의원들은 또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겸직이 허용되고 있다.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있는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애초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예산 집행을 엄격히 감시해야 할 의회가 의원들 수당을 몇 배씩 올리는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
지방의원이 유급제로 전환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해 월정수당을 3.4배나 올리겠다는 강남구의회 의원들을 누가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겠는가? 강남구의회가 해야 할 일은 유급제 전환에 맞춰 달라진 의정활동을 보여주는 일이다. 연봉 인상이 필요하다 해도 그렇게 하고 난 뒤에 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수렴했는지도 의문이다.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하나를 근거로 은근슬쩍 연봉을 올리려 했다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지금 인상안을 그대로 시행하면 다른 광역·기초 의회가 줄줄이 연봉 인상에 나설 게 뻔하다. 이는 지방자치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국민 사이에선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회는 지금이라도 월정수당 인상안을 철회하고 의정활동 혁신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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