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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5 17:52 수정 : 2007.08.05 17:52

사설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납치가 19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해결 열쇠를 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회담을 한다. 미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사적인 ‘전략회담’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인질 문제 해결에 중대한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외신 보도를 보면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인 탈레반 대책과 관련해 미국과 아프간은 의견차가 크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랜 전쟁의 참화에 지친 데 더해 나토군의 공습으로 말미암은 민간인 피해 급증에 분노한 많은 아프간인들이 외교적 해결책을 지지하는 반면,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탈레반에 대한 강경조처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특히 인질이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 의한 해결에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무력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압박을 탈레반에 가해야 한다는 부시 정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했다.

미국이 이렇게 완강한 태도를 고집할 때 우리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협상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없다. 애초 한국군의 조기 철수와 탈레반 죄수 석방을 요구했던 탈레반이 죄수들과 인질들의 맞교환으로 요구조건을 단일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미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대표단과 만난 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차관 등은 창조적 외교의 필요성에 언급했다. 그러나 창조적 외교의 주체는 한국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아프간이 돼야 한다.

물론 번스 차관의 말대로 인질 문제를 해결하자면 각 당사자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이 두 나라와 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두 나라가 우리 인질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전해진 소식은 한국민들에게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피랍자 가족들이 아프간과 미국에 직접 호소하러 떠나겠다고까지 하겠는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인질들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한국민 전체가 아프간과 탈레반, 그리고 미국 사이에서 인질이 된 것 같은 절망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두 정상의 회담에서 스러져 가는 인질들의 생명을 구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조처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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