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6 18:58
수정 : 2007.08.06 18:58
사설
정신질환자 처우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권보장 수준은 아직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입원까지 할 필요가 없는 환자가 몇 해째 병원에 갇혀 지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입원 환자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거나, 화장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해 환자를 감시하는 등 병원 안의 인권 침해도 심각하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정신병원이 환자를 124시간 동안이나 묶어둬 숨지게 한 일도 있다.
환자의 88%가 보호의무자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다는 사실만 봐도, 입원 과정에 인권 침해가 적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스스로 입원한 환자 비율이 60%를 넘는다. 우리 병원은 한번 입원하면 퇴원하기도 어렵다. 2004년 기준으로 요양시설 입원환자 가운데 5년 넘게 계속 입원 중인 환자가 절반을 넘는다. 환자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들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쪽을 쉽게 선택하고, 지역사회의 낙인과 편견을 걱정해 잘 퇴원시키지도 않는다. 병원 쪽도 진료 수입 때문에 이들의 퇴원을 꺼린다. 환자를 치료하기보다는 감금하고 격리하는 데 더 치중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치료의 특성상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있는 점을 악용해 병원이 환자 인권을 헌신짝 취급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문의나 간호사를 제대로 채용하지 않고, 병실당 정원을 초과해 입원시키는 데서 문제가 커진다. 그동안 당국의 적극적인 조처로 비인가 시설의 인권 침해는 많이 개선됐지만, 병원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규정을 어긴 병원 관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정신질환자를 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은 가족과 지역사회가 환자를 함께 치료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아직은 비록 어렵다 해도 환자 치료에 불필요한 강제입원은 없애야 한다. 우리 법은 연고자가 있는 경우 민법상의 부양의무자, 연고자가 없으면 지방자치단체장을 보호의무자로 하여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입원이 많다는 것은 부양의무자도 자신의 이해 때문에 환자의 인권을 먼저 고려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말할 것도 없다. 정신질환자에게 공공후견인을 지정해 보호의무자로 삼자는 전문가들의 제안은 환자 인권 개선에 가장 현실적 해법이다. 정부가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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