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6 19:00
수정 : 2007.08.06 19:00
사설
지난해 우리나라 서비스수지 적자(187억6천만달러) 규모가 독일(487억5천만달러), 일본(201억2천만달러)에 이어 세계 3위로 집계됐다.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에 턱걸이하는 참인데 관광·유학으로 말미암은 서비스수지 적자가 세계 3위라니 뭔가 크게 잘못됐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가 이미 105억7천만달러나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말 적자 규모가 220억~230억달러에 이르러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를 기세다. 제조업이 잘나가는 덕분에 수출이 호황이지만 우리가 국외여행 등에서 세계 최고의 씀씀이를 자랑할 만큼 여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곳간 비는 줄 모르고 펑펑 써대다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국외여행과 유학·연수 비용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 105억7천만달러 가운데 68.7%인 72억7천만달러에 이른다. 외국여행과 유학·연수를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휴가철마다 국외로 몰려가는 식은 곤란하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학생 봉사활동까지 외국으로 나가는 판이니 참으로 국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떠나는 조기유학도 국제수지 악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다. 무분별한 유학은 국가 경제에 손실을 끼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원화가 갑자기 약세로 돌아서면 늘어나는 비용 때문에 가계가 거덜날 수도 있다.
국외여행과 유학을 자제하는 것 못지 않게 원화 강세를 진정시키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사실 서비스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데 가장 큰 구실을 한 것은 원화 강세다. 1달러에 1100~1200원 하던 환율이 몇 해 만에 9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갔으니 나라 밖에서 돈 쓸 맛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순전히 우리 경제력이 커진 때문은 아니다. 저금리 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들의 단기 외화차입이 늘어나고,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이 밀려들면서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일정한 거품이 끼어 있는 셈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언제 그 파장이 우리에게 밀려들지 모른다. 우리 경제나 정부의 금고는 아직 그렇게 넉넉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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