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7 17:38
수정 : 2007.08.07 17:38
사설
정부가 브리핑실 개편을 뒷받침하려고 준비한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안’이 언론 통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정부가 ‘보도 유예’(엠바고)를 설정하고 이를 어긴 언론을 제재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맛대로 보도 유예를 결정하면, 알권리가 위협받는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보도 유예는, 언론이 내용을 알면서도 상황을 고려해 보도 시점을 늦추는 조처다. 대개는 정부처럼 정보 제공자가 자세한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걸 조건으로 요청하기 마련인데, 최종 결정은 정보 제공자와 언론의 신사협정 형태로 이뤄진다. 원칙적으로 보도 유예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외교 문제처럼 민감한 사안 등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보도 유예는 정부 부처와 부처 기자단이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결정을 어긴 언론은 기자단 차원에서 제재한다. 이 때문에 보도 유예를 둘러싸고 정부와 언론이 갈등을 일으킬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논란이 되는 건 사실 필연적이다. 기자단을 인정하지 않는 브리핑실 개편안과 정부-언론의 협조 필요성이 충돌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까닭이다. 기자단을 빼면 협의 대상이 없어지니, 보도 유예를 정부가 결정하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이는 단지 협의 대상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정부 결정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져 정부가 입맛에 따라 보도 시점을 결정할 위험이 더 큰 문제다.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위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뉴스에서 시점은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까닭이다. 기준안에는 행정편의 목적으로 보도 유예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 정도로는 우려를 씻어낼 수 없다.
결정을 어긴 언론을 정부에서 직접 제재하는 방안도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부를 것이다. 원칙을 이야기하자면 진실이 국익보다 우선이다. 진실을 알리는 것이 결국엔 국익에도 이롭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언론의 원칙과 충돌할 때 정부의 직접 제재는 정당성을 잃게 된다.
이렇게 까다로운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기자단으로 상징되는 ‘집단으로서의 언론’을 거부하는 정부의 발상 탓이다. 기자단과 기자실의 폐해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폐해가 있으면 해결방안을 찾아야지 존재 자체를 거부해선 안 된다. 정부가 발상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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